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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shock Infinte, 바이오쇼크 인피니트 리뷰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에 대한 아주 늦은 리뷰입니다.


게임을 클리어한 것을 전제로 한 글이며, 때문에 스포일러를 아주아주 다량 함유하고 있습니다.


1.1 소개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바이오쇼크 시리즈의 세 번째 타이틀로, 전작보다 더 과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912년 미국 예외주의가 성장하고 있는 시대를 배경으로 전직 형사 주인공 부커 드윗이 공중 부유 도시인 콜롬비아에 12년 전 납치된 여인 엘리자베스를 찾기 위해 떠나게 되며 시작되는 게임은, 전작 못지않은 흥미로운 스토리텔링과 예술이라 칭할 수 있을 정도의 미려한 환경묘사를 플레이어에게 제공한다.

소설에 버금가는 복선설정과 치밀한 스토리텔링은 현 시대 게임 중 최고 수준이라 칭해도 아깝지 않으나,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의 자유도를 다소 제한하고, 게임적 요소인 전투에서 여러 요소들이 다소 따로 노는듯한 인상은 다소 아쉬운 점이다.


 

2.   스토리

바이오쇼크 시리즈는 다른 FPS에 비해 깊은 설정과 충격적인 스토리라인을 제공해왔다. 바이오쇼크 인피니트 또한 이러한 시리즈의 전통을 벗어나지 않는 신선한 스토리라인을 제공한다.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크게 네 가지 요소를 통해 서사를 제시한다.

 

l  컬럼비아: 매력적인 배경세계

l  복소폰: 설정과 서사 사이의 빈틈을 메우는 디테일

l  엘리자베스: 플레이어의 감정선을 뒤흔드는 주요 NPC

l  반전과 암시

 

2.1  컬럼비아: 매력적인 배경세계

전작들이 음습한 해저도시 랩처를 배경으로 했다면, 이번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찬란한 공중도시 컬럼비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컬럼비아는 그 위치만큼이나 랩처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가진 장소로, 누구도 제시해본 적이 없는 독특한 배경임과 동시에 이전 시리즈와의 큰 대비를 통해 신선함을 가져다 주고 있다.

 

2.1.1     시각적 제시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사용되는 가장 일차적인 감각인 시각을 통해 배경을 제시한다.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의 도입부는 바이오쇼크1와 동일한 비 오는 등대를 배경으로 한다. 때문에 유저는 또다시 해저가 배경이 되는 세계일까 살짝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컬럼비아를 향하는 탑승장치에 올라서고 나서 하늘 높이 상승할 때, 유저의 의구심을 싹 엎어버리기에 충분하다. 해저로 잠수하던 전작의 장치와는 달리, 인피니트의 장치는 위로 높이 상승하며, 몰아치는 폭풍우의 습함을 지나 구름위로 올라가 찬란한 빛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보다 더 찬란하고 경이로운 공중도시 컬럼비아를 유저에게 보여준다.

도입부분부터 배경이 완전히 전환되었음을 충격적인 비주얼로 유저에게 전달함으로써 유저의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리고, 전혀 다른 스토리라인이 진행될 것임을 암시한다.

 

2.1.2     모순점의 제시

부커가 도착한 컬럼비아는 하늘을 떠 다니는 건물들이 서로 도킹을 하고, 햇빛이 찬란하게 비추고, 말끔하게 차려 입은 백인들이 노니는 천국과도 같은 인상을 준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이상한 모습이 발견되기 시작하면서, 유저는 컬럼비아가 겉모습은 천국이지만, 뒤로는 랩처와 같은 모순적인 공간이란 낌새를 챈다.

신격화 되어있는 미국의 건국공신들과, 극단적인 흑인 혐오, 이러한 흑인을 노예에서 해방시킨 링컨은 악마로 선전되고, 링컨을 암살한 존 부스는 머리 뒤에서 후광이 나타나는 성인으로 격상되어 숭배되는 등 아름다운 컬럼비아의 이면은 극렬한 국수주의와 인종혐오로 점철되어있었다.

앞서 말한 소재뿐만 아니라, 콤롬비아의 곳곳은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유저들은 컬럼비아 내에서 사건에 휘말리며 이러한 모순점이 어떻게 발생하게 되었는지를 뒤쫓게 되고, 점차로 더 깊은 설정과 내막을 알아가게 된다.

 

2.2  복소폰: 설정과 서사 사이의 빈틈을 메우는 디테일

게임 상에서 등장하는 수집 아이템인 복소폰은 게임적으로는 비록 부차적인 요소에 불과하다. 하지만 컬럼비아의 깊고 복잡한 배경설정과 정신 없이 뛰어다니며 활약하는 부커에게 일어나는 서사적 사건들 사이의 간극을 메워주는 디테일 역할을 한다.

게임 상 인물들의 녹음 기록물인 복소폰은 핵심 인물들은 물론, 스쳐 지나가거나 게임 상에서 한번도 마주칠 수 없는 인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복소폰을 통해 접하는 녹음 기록은 과거의 사건에 대한 개개인의 감흥과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을 상술함으로써 일부 캐릭터의 성격을 간접적으로 제시하는 한편, 게임의 설정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고 있다.

 

 

2.3  엘리자베스: 감정선의 핵심

물론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배경설정만을 추적하는 게임은 아니다. 게임은 엘리자베스라는 유저의 감정선을 뒤흔드는 핵심적인 핵심적인 캐릭터를 등장시켜 이성적인 배경에 감성을 부여한다.

 

2.3.1     감정의 촉발: 관음증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플레이어의 감정 이입을 이끌어내기 위해 모든 현대인들이 가진, 그리고 게임 익히 즐겨왔던 유저에게 매우 익숙한 성적 본능인 관음증 이용하고 있다.

 

초반 컬럼비아에 대한 파악이 끝나면 만나게 되는 그녀는, 컬럼비아의 거대한 석상 속에 갇혀있다. 플레이어는 그녀의 방에서는 거울이나 벽면으로 보이지만, 다른 쪽에서는 그녀를 관찰 가능한 특수한 창을 통해 그녀를 처음 만나게 된다. 비록 갇혀있는 신세지만, 천진난만하게 춤을 추고, 책을 읽으며 꿈을 꾸는 그녀의 모습에 플레이어는 사랑스러움을 느낀다. 더불어 그녀의 놀라운 능력인 시공간을 찢는 능력인 티어를 보여주면서 그녀가 평범하지 않음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은 전부 플레이어만 관찰할 수 있는 은밀한 상황이기에 관음증과 유사한 감정을 플레이어에게 심어준다.

 

사실 게이머에게 있어 이러한 관찰자적(혹은 관음증적) 구도는 매우 익숙한 것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 자체부터가 관찰자가 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연극이나, 영화, 만화, 소설 등 다른 서사물 또한 매체 내의 캐릭터들이 관객 혹은 독자를 인지하지 못하는 구조( 4의 벽) 때문에 이러한 관음증적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매체를 접하는 플레이어가 가상의 세계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해줌으로 인해, 플레이어 자신을 전이시킬 수 있는 아바타를 제공하는 게임의 경우 이 관음증에 대한 감정이입은 앞서 언급한 매체를 상회한다 단언할 수 있다.

 

많은 게임에서 나타나는 관음증의 구조는 아래와 같다


플레이어 à 모니터(가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 à 플레이어의 아바타(감정이입 대상)

 

위에서 언급한 장면에서의 관음증의 구조는 아래처럼 되어있다.


플레이어 à 모니터(가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 à 부커(플레이어의 감정이입 대상)
à 이중거울(관찰자와 피관찰자 사이의 경계) à 엘리자베스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기존 게임이 보여주는 관음증의 구조에 하위 한 단계를 더 복제한 구조로 나타내고 있다. , 플레이어의 본능과 감정상태를 아바타의 행위로 보여줌으로써 감정이입을 유도하는 한편, 작은 위화감을 느끼게 만들어 플레이어의 감정선에 빈틈을 만든다.

나아가 이러한 빈틈은 이어지는 서사에 녹아든 메시지를 플레이어에게 더욱 더 효과적으로 각인하는 효과를 갖는다.

 

 

2.3.2     감정의 증폭

이후 플레이어의 활약으로 그녀를 구출해, 바깥 세상을 보여주었을 때 그녀의 반응은 놀랍도록 사랑스럽기에 촉발되었던 감정은 점차로 증폭된다. 그리고 그런 사랑스러움뿐만 아니라, 분노, 슬픔, 절망, 그리고 그녀의 강인함을 계속 관찰하면서 그녀에 대한 감정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고, 플레이어로 하여금 그녀에게 더 큰 애착을 갖도록 만든다.

 

그녀는 플레이어의 아바타인 부커를 졸졸 쫓아다니며, 많은 것에 호기심을 갖고 반응한다. 오랜 기간 갇혀있어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공중도시 컬럼비아에 경탄하고, 흥겨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더러운 화장실의 냄새에 얼굴을 찌푸리고, 때론 부커에게 말을 걸고, 불쌍한 아이를 측은히 여겨 먹을 것을 주고, 노래를 불러준다. 그녀가 표출하는 다채로운 감정은 플레이어의 감정 또한 공명시키며, 이는 엘리자베스를 가상의 것이 아닌, 살아있는 것으로 느끼게 만들어 더욱 큰 감정이입을 유도한다.

 

서사적인 완성도가 매우 높은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에서 게임적인 부분인 전투에서도, 그녀의 활약은 이어진다. 총탄이 빗발치고 주변의 모든 것들이 부커에게 살의를 표출하며 다가올 때, ‘티어라는 능력을 통해 엄폐할 벽을 만들고, 도망칠 스카이-라인을 만들고, 위급한 상처를 치료하게 해주고, 전황을 바꿀 강력한 무기까지 제공한다. 그녀의 특별한 능력을 거치지 않고서도, 플레이어의 탄환이 바닥을 보인다거나, 비거를 사용하기 위한 소금이 바닥났을 때, 어김없이 그녀는 부커/플레이어에게 탄환을 던져주고, 소금 회복제를 던져준다. 위기의 순간에 느끼는 플레이어의 갈급함을 해결해주고, 플레이어를 보살펴주는 그녀에게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허나 아쉬운 것은 전투가 이루어지는 동안 플레이어가 느끼는 감정을 보호본능으로써 나타낼 수 없다는 점이다. 엘리자베스는 전투에서 결코 죽지 않는다. 모든 적대적NPC들은 엘리자베스를 적대적으로 대하기는커녕 마치 없는 사람 취급하며, 빗나간 총탄이 그녀를 맞춘다거나 하는 상황도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때문에 플레이어는 전투 상황에서 그녀의 보호를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다.)

 

이 시점에서 플레이어는 그녀를 이성으로 느낀다. 게임 내 스토리의 전개는 부커와 그녀를 이어주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플레이어가 그녀의 사랑스러움과 풍부한 감정에 푹 빠지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2.4  반전과 암시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문학에서 사용되는 복선과 암시, 그리고 반전을 이용해 게임 이상의 서사를 플레이어에게 전달한다.

 

2.4.1     반전과 모순, 그리고 감정의 붕괴

게임 내 이야기가 절정에 다다르면서 밝혀지는 진실과 드러나는 반전은 너무도 충격적이다.

 

엘리자베스는 플레이어의 아바타, 부커의 친딸이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되는 플레이어는 진실 자체에 충격을 받을 만 아니라, 그동안 그녀를 향해 쌓아왔던 이성으로서의 감정이 무너지며 혼란을 느낀다.

더불어 이 사실은 컬럼비아의 모든 모순의 근원이었던 컴스탁부커라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에, 충격은 더욱 가중된다. 심지어 부커는 컴스탁을 익사시켰다.

 

상황을 정리해보면, 플레이어는 친딸인 엘리자베스에 연정을 품은데다, 이 모든 재앙의 근원이 자기 자신이었음은 물론, 종국엔 자기 자신을 살해한 사람이 된다.

 

플레이어는 이를 이해하는 순간, 큰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감정 또한 붕괴되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붕괴된 감정은 이어지는 충격적인 결말을 플레이어로 하여금 이성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장치로 작용한다.

 

플레이어의 아바타이자 주인공인 부커 드윗은, 자신이 재커리 컴스탁으로 변모하게 되는 가능성의 분기점인 침례의식 장소에서 수많은 가능성의 엘리자베스에 의해 익사 당한다.

 

2.4.2     작은 복선과 암시들

과연 이러한 충격적인 결과는 뜬금없는 것이었을까? 아니다.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게임 곳곳에서 이에 대한 복선을 수도 없이 깔아두었다.

 

여러 요소에 대한 다양한 복선이 있지만, 예시 삼아 부커의 죽음에 대한 복선을 소개하겠다.

 

l  부커의 손등에 적혀있는 AD

Ø  Anna DeWitt의 약자라고도 볼 수 있지만, 우리가 익히 사용하는 기년법(紀年法)인 기원후Anno Domini와 약자가 같다.

Ø  Anno Domini()의 해()라는 뜻으로, 그리스도가 태어난 해를 뜻하는데, 서력은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준으로 연도를 구분하고 있다.

Ø  세계의 역사가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준으로 나뉘듯, 부커의 인생이 안나(엘리자베스)의 납치를 기준으로 뚜렷이 구분되고, 컬럼비아에서 엘리자베스의 위치가 그리스도와 같은 신의 자녀임을 생각할 때 AD라는 상처는 엘리자베스를 만나기 전부터 부커와 엘리자베스의 관계를 암시한다.

Ø  역설적이게도 Anno Domini는 구세주의 탄생년을 의미하기에 성스러운 심상을 가지고 있는 반면, 부커 손등의 AD는 그가 거짓 선지자임을 의미하기에 악한 심상을 가진다.

 

l  부커의 다른 가능성인 컴스탁이 부커에 의해 접시 물에 익사

Ø  부커 또한 엔딩에서 익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l  엘리자베스의 녹음 기록 중 말구유에서 익사하다Smothered in the crib”를 엔딩을 본 뒤에 다시 보게 되면 의미심장하다.

Ø  엘리자베스가 부커를 익사시키는 엔딩의 마지막 장면에서 수많은 가능성의 엘리자베스는 “Smother”라고 웅성거린다.

Ø  게다가 녹음이 기록된 날짜가 적혀있지 않다. 이는 복소폰이 녹음된 시점이 게임이 종료된 이후일 수도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Ø  Smother라는 단어는 사전적으로 익사하다라는 의미이지만, ‘(지나친 애정/과보호 등으로) 숨 막히게 하다라는 뜻 또한 가지고 있다. 엘리자베스의 감금과 엘리자베스를 되찾으려는 부커의 집착, 그리고 플레이어로서의 부커가 엘리자베스에게 가졌던 터부시되는 감정 등 엘리자베스를 둘러싼 모든 사건들의 근원이 지나친 애정과 과보호임을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Ø  아래는 원문:
내가 한 일을 되돌릴 수는 없다. 내가 시작한 일을 멈출 능력이 내겐 없다. 하지만 이 일이 애초에 일어나지 못하게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는 내 첫 번째 희망이었고, 지금마지막 희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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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Mo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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