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의 작은 팬으로서-


작년 티져가 공개됐을 때 소리치고,

한 솔로와 츄바카가 등장하는 새 트레일러에 눈물을 흘렸던,


-그토록 기다리던 스타워즈 에피소드7 깨어난 포스가 드디어 개봉을 했습니다!!!!


그래서 당장 뛰어가서 봤습죠.


처음 타이틀 롤이 올라갈때 다짜고짜 울어버렸습니다. 진짜. 내버려 뒀으면 펑펑울었을거예요. 

꼭꼭 참느라 힘들었습니다.


그토록 기다리고 좋아하던 영화의 십수년만의 후속작을, 개봉 첫날에, 영화관에서 본다는 사실에 너무 감격해서 말이죠.

감격한 사람은 저뿐만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다들 탄식을 뱉고, 그다음엔 너무도 이상할 정도로 숨죽이더군요 다들.

이른 시간에 영화관은 꽉꽉 채운 사람들이었으니, 보통 팬은 아니었을테니 저와 같은 기분인 분들이 수십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영화관 분위기는 아주 좋았습니다.


재미있는 장면에서는 다들 함께 웃고, 놀라운 장면에선 다들 숨을 헉 하고 들이쉬는 리액션 넘치는 관객들이었어요. 심지어 영화가 끝나고 스탭롤이 올라가자 다들 박수를 치시더군요. 물론 저도 치고있었어요.


짜임새있는 리뷰는 무리고, 늘 그렇듯 생각나는 단편들을 주저리주저리 해보겠습니다.


이하로는 매우 짙은 농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으니, 재미있는 관람을 원하신다면 뒤로가기를 눌러주시고, 다 보고 온 뒤에 읽어주세요.



이하 스포일러 주의!

아주 강한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영화 보기 전에는 되도록 보지 마세요.




0. 총평

정말 좋습니다. 정말 잘 나왔습니다.


프리퀄 트릴로지는 그냥 씹어먹을정도로 좋고, 클래식 트릴로지에 누를 끼치지 않는, 혹은 그 이상의 영화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본적으로 에피소드4에 대한 오마주가 정말 많습니다.

비밀을 지닌 드로이드, 이를 쫓는 시커먼 가면쓴 악당, 사막 행성, 사막을 가로지르는 스피더, 쫓고 쫓기는 추격전, 밀레니엄 팔콘, 그리고 행성 파괴 병기까지...


이후로도 구도도 설정도 캐릭터도 다른 스타워즈에서 보아서 익숙하지만, 색다르게 변주된 것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팬의 추억을 미칠듯이 자극합니다. 팬에 대한 헌사라고 느껴질 정도로...


새로운 캐릭터들은 전부 매력이 철철 넘치고, 구 시대의 캐릭터와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제가 아는 이전의 스타워즈의 역사 위로 새로운 스타워즈의 역사가 밀물로써 들어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전의 역사는 썰물로 아쉽게 빠져나갔구요.


스토리 전개에 이것저것 기연이 많긴 하지만, 이전 스타워즈는 이것보다 더했고, 스타워즈는 무협지라 보는 편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인정해 버렸습니다. 


악역이 다소 찌질하긴 했지만, 뭐 후속작엔 좀 더 쎄져서 나올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팬이 아닌 분들이 보기엔 입문용 영화로써 손색이 없다고 봅니다. 다들 영업을 시작해 봅시다.





1. 레이 

새로운 트릴로지의 주인공 레이입니다. 성은 미상입니다. 스텝롤에서까지 그녀의 성은 나오지 않더군요. 그녀의 부모가 누구인지에 대한 부분은 새로운 스타워즈를 이끌어가는 떡밥이 될 거라 생각이 들어요.

아마 레이, 핀, 포 3인방이 이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트로이카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배우는 생소한 '데이지 리들리Daisy Ridley'라는 배우인데요, 매력이 넘칩니다. 키이라 나이틀리를 생각나게 하는 외모를 가지고 있어요. 영국발음인지라 더욱 그렇게 보이고요.



이뻐이뻐


모 암튼 이런 예쁘고 가녀린 외관과는 다르게, 이번 영화 내에서 가장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캐릭터입니다.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달까. 마치 타투인을 떠올리게 만드는 사막행성 자쿠에서 스캐빈저로서 살아가는 레이는 그 어떤 보호자 없이 어려운 환경 아래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캐릭터입니다. 물질의 유혹 앞에서도 -물론 약간은 힘겹지만- 의연하게 옳은 일을 택하기도 하고, 많은 일을 겪으면서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줍니다.


스타워즈의 주인공 답게 이전 주인공과 많은 속성을 공유합니다.


'기계에 능통', '(최)우수 파일럿', '포스 센서티브', '부모가 누군지 모름', '사막 행성 출신' 등등


떡밥의 제왕인 JJ에이브럼스가 감독인 만큼 이것이 무언가를 암시하는 증거일 수도 있어요. 예를 들면 '레이의 부모가 누구일까'에 대한 근거가 된가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루크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순박하고 정직한 성격에 예쁜 외모, 베이지색/흰색 배색의 v넥 복장, 그녀를 충실히 따르는 드로이드, 어쩔 수 없이 휘말리어 동료가 되는 한 솔로.


다만 타투인 바깥을 열망하던 루크나 자유를 열망하던 그의 아버지 아나킨과는 달리, 자쿠를 떠날 수 있게 된 상황에도 '부모가 찾으러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미약한 희망 때문에 자쿠로의 귀환을 집착하는 모습이 대비적이긴 합니다. 때문에 더 재미있어요. 익숙하지만 다른 느낌.


성장을 통해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이 집착에서 벗어나게 되지만, 또 모르죠. 아직 그녀의 부모가 누구인지에 대한 점이 떡밥으로 남아있는 이상, 이 집착은 언제고 장치로써 재활용될지 모릅니다.


약간 여담이지만 그녀의 직업인 스캐빈저(국내 개봉 자막에는 '부랑자'라고 번역되었더군요. 그다지 적절한 느낌은 아닙니다.)는 묘하게도 타투인의 샌드족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그래서인지 전 영화 끝날때까지 그 길다란 장대가 샌드족 특유의 장구경 라이플인줄 알았어요. 아마 이런 것도 전부 노린것이라 생각합니다. 기존 스타워즈를 보며 익숙했던 이미지를 이리저리 뒤섞어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많은 부분에서 호감 넘치는 캐릭터인 레이에게서 약간의 단점을 꼽자면, 무력의 성장이 너무 급격하다는 점입니다.


일단 포스센서티브로 각성하는 것부터가 약간... 포스센서티브임에 대한 암시는 초반 밀레니엄 팔콘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을 보면서 충분히 얻긴 합니다만, 이전의 주인공들에겐 마인드 트릭 같은 제다이로서의 능력을 성하는 데에는 마땅한 스승이 함께 했었지만, 그녀는 별안간 마인드 트릭을 깨닫더군요. 뭐... 에피소드5의 루크가 별안간 마인드 트릭을 썼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약간 기연적인 인상을 받았습니다. 아. 추측입니다만, 어쩌면 그 이전 장면에서 카일로 렌이 마인드 트릭을 역이용한 덕분에 알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뭐 그것도 그렇고, 제다이 기사로서 검술을 연마했고, 저항군을 썰며 퍼스트 오더의 공격대장으로 있던 카일로 렌을 막판에 검술로 이긴 점은 좀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포스센서티브로는 세계관 최강이었던 루크 스카이워커조차, 처음엔 연습용 드론이 쏘는 레이저에 아야아야했던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카일로 렌과의 최종전에서 처음으로 광검을 잡더니, 카일로 렌을 발라버립니다. 루크를 능가하는 엄청난 포스센시티브라서 카일로 렌의 공격을 전부 예지하고 이긴건가.... 물론 렌이 총도 한방 맞고, 앞서서 핀과 한판 붙은 상태긴 했지만... 


아니 아무리 그래도 완력까지 세질리는 없잖아요. 아니면 스캐빈저로 살면서 근력이 엄청 발달했던 것일까요;


뭐 그래도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갑시다. 이겼으니 됐죠 머.


여튼 주인공으로서의 자질은 충분한 캐릭터로 보입니다. 만족만족. 떡밥도 풍부한게 참 좋아요. 


++설정에 대한 잡설

- 그녀의 부모가 누구인가에 대한 얘기는 분분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저는 루크 스카이워커가 그의 부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캐릭터의 유사성이라던가, 기계덕후/슈퍼파일럿 속성은 스카이워커의 특징인데다 영화만 보면 어마어마한 포스센시티브임이 나오니까요. 가족에 대한 깊은 비밀은 언제나 스카이워커 가문의 것이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 한 솔로와 레아의 딸이라는 설도 있는데, 카일로 렌이 아들로 밝혀지면서 어느 정도 아닌 것으로 판명되긴 했지만, 루크와 레아도 남매라는 사실이 다음편에서야 밝혀지기도 했으니 없는 가능성도 아니라는 얘기도 있더군요. 하지만... 레이는 한 솔로, 레아와 수도 없이 마주친지라 그 사이에 감정적인 복선이 하나도 없는 점은 개인적으로 납득하기가 어렵습니다.

- 뭐 진실은 이후 시리즈가 나와봐야 알겠죠. I AM YOUR FATHER 같은 대반전이 또 나올지도 모르잖아요?



2. 핀

신 캐릭터이자 주인공 트로이카 중 1인인 핀.


퍼스트 오더가 육성한 스톰트루퍼 출신이지만, 첫 전투에서 스톰트루퍼와 퍼스트 오더가 잘못됨을 바로 깨닫고, 두려움 반 옳은 일을 하고싶다는 마음 반 퍼스트 오더에서 탈영하게 되는 캐릭터입니다.

흑인인데 백색의 스톰트루퍼 갑옷이 굉장히 대비됩니다. 트레일러에서 큰 인상을 주었던 캐릭터였죠. 랜도 칼리시안 이후로 주역급의 흑인 캐릭터가 없었으니, 신선하기도 했습니다.


흑인+땀+스톰트루퍼


스톰트루퍼일때는 총을 못쏘다 못해 아예 안쏩니다. 스톰트루퍼 효과를 충실히 이행하는 캐릭터. (뭐 그보다는 Han Shots First 사건처럼 캐릭터의 도덕성을 지키기 위한 장치였겠지만요)


그러다가 가죽자켓을 입고 스머글러로 전직하자마자 한솔로처럼 총을 잘쏩니다. 역시. 명중률은 스머글러죠.


BB-8과 함께 영화의 경쾌함을 유지시켜주는 캐릭터입니다. 한솔로의 포지션인 느낌이지만, BADASS와는 거리가 먼 허당 캐릭터예요. 마치 한 솔로를 따라하고픈 팬보이같은 느낌이랄까. 이런 경박한 느낌 때문에 자자 빙크스로 거세게 한번 당한 기억이 있는 스타워즈 팬으로선 약간 거부감이 들 법도 하지만, 한편으론 동질감을 느껴 묘한 애착이 가게 하는 캐릭터입니다.


캐릭터의 활동 원료는 처음에는 '퍼스트 오더로부터의 탈출', 나중에는 '레이'.


용기있는 캐릭터라고는 하지만, 어찌보면 짱박혀서 스톰트루퍼가 되기 위한 세뇌교육만 당한 탓인지 앞뒤 안가리고 무작정 지르는 대책없는 캐릭터이긴 합니다만, 지름의 이유가 '레이'라는 순수한 목적이기도 하고, 그래도 기연만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기지를 발휘해 상황을 더욱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에 마냥 밉지도 않은 캐릭터입니다. 관객의 감정을 쥐락펴락합니다. (그래도 호불호는 많이 갈릴 것 같아요.)


확실히 가죽자켓이 잘 어울리는게 이후 시리즈에서는 점차 한 솔로의 포지션을 꿰차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3. 포 다메론

저항군의 최우수 파일럿. 타이틀 롤에서 레아 장군님이 '최고로 아끼는Darling 조종사'라고 나옵니다. 외모라던가 편대를 이끄는 파일럿이라는 포지션 때문에 클래식 트릴로지의 웨지 안틸레스를 떠올리게 만들지만, 파일럿으로서의 능력이나 활약은 거의 루크를 떠올리게 만드는 멋진 캐릭터. 조연이라는데 제눈에는 주연. 주인공 트로이카에요!!ㅠㅠ


진짜 잘생긴데다가, 파일럿으로의 활약이 너무 멋있어서 남자인 저도 반할만한 캐릭터더군요. 와 진짜 핀을 다시 만날때 만개한 미소란.... 넘나 멋진것.


이 장면 다음에 활짝 웃어욤 징짜 잘생김


클래식 트릴로지에서 웨지 안틸레스는 솔직히 에피6전까지는 루크 빼고는 지나가는 파일럿1 정도였던지라, 이렇게 파일럿을 크게 띄워주는 모습이 보기 좋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스타킬러 베이스에서의 활약은 거의 루크의 행보와 동일합니다. 쬐끄만한 구멍으로 포탄 넣는건 안하지만, 그래도 기계의 협곡을 가로질러 스타킬러에게 막타를 넣는 모습은 에피4의 루크를 떠올 수 밖에 없더군요.


오스카 아이작은 인사이드 르윈에서 엄청 인상깊게 봤던 배우인데, 작품 선구안이 정말 좋습니다. 나쁜작품도 연기력으로 메꾸는 것일지도요. 요즘은 타이틀 킬러가 되는 중인지라 엑스맨 아포칼립스에도 아포칼립스로 등장할 예정입니다. 아포칼립스 보기 전에 시간내서 오스카 아이작 필모나 한번 파봐야겠네요.


재밌는점은 헉스 역할의 돔놀 글리슨과 '엑스 마키나'라는 영화에서 만난적이 있었죠. 여기서도 만나다니. 후속작에서 포가 헉스를 해치우거나 한다면 재밌는 배우개그가 성립될 듯 하네요.





4. BB-8

슬랩스틱과 폭발하는 귀여움을 자랑하는 드로이드 BB-8입니다. 진짜 장난 아님.


와..


진짜 귀여워요. R2D2의 포지션을 완벽히 대체할 수 없겠습니다만, 그 못지않게 귀엽습니다. 다만 R2보다는 강하진 않은 것 같아요. 대신 감정표현이 엄청납니다. 둥근 몸 위로 머리가 이리저리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구조다 보니 감정표현이 더욱 자유롭게 가능해졌더군요.


아 진짜 중간에 따봉씬에서는 완전 아빠웃음ㅋㅋ 관객들도 다 빵터지고...!



사진으론 이 귀여움이 다 설명이 안됩니다.

동생삼고 싶은 그 귀여움이란...


R2D2에게 머리를 콩콩 부딛치는 씬에서는 진짜 BB-8이 R2D2 동생같아 보이더군요. 로봇에게 형제가 있겠냐만은 자꾸 R2 동생이라고 부르고픈 그런 마음. 신장도 R2의 반토막인게 하으.. 넘나 귀여운것.


후속작에도 꾸준히 모습을 비쳤으면 하는 바람이 크게 들던 캐릭터였습니다.




5. 카일로 렌

퍼스트 오더의 사악한 시스이자 강력한 포스와 무력을 지닌 카리스마 악당.... 인줄 알았지만....



멋있긴 함


실상은 다스베이더 빠돌이.


엄청 간지나는 악역일거라 생각했는데, 초반만 조금 그렇고 조금 지나면 그냥 다스베이더 덕후인데다가, 심지어 다스베이더의 활약에 대해 크게 오해까지 하고 있습니다. 불에 타 녹아버린 베이더의 가면을 신주단지처럼 모셔두고 라이트사이드에 흔들릴때마다 치성까지 올리는데... 다스 베이더님의 못다한 위업을 달성하게 힘을 달랍디다... 이봐요 베이더님은 위업을 이미 달성하셨답니다. 다스 시디어스를 죽여서 포스의 균형을 가져오셨어요 이미... 어휴.


지략은 세울 때마다 계속 엇나가서, 포 다메론도 놓치고 드로이드도 못잡고, 기억을 읽을 목적으로 지도 대신 데려온 레이한테는 포스로 역공당해 되는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성질머리도 없어서, 화나면 광검뽑아서 주변에 보이는 모든걸 부수고 난리납니다. 은근 무섭긴 한데, 막 부수는 와중에 스톰트루퍼가 오다가 뒤돌아 피하는 모습을 보니 그게 또 개그씬이 되어버리고. 악역 카리스마는 점점 날아가버리네요.


게다가... 


자신의 아버지인 한 솔로(아, 카일로 렌은 한 솔로와 레아의 아들인 벤 솔로입니다.)를 살해하는 패륜까지 저지르면서... 클래식 트릴로지를 사랑하는 팬들의 철천지원수가 되어버렸어요!!


그래도 무력이라도 쎄면 좋은데, 마인드 트릭은 제다이 수업이라고는 한번도 받은 적 없는 레이에게 역공당하지를 않나, 최종전에서 포스센시티브도 아닌 핀에게 완력으로 조금 밀리지를 않나, 광검을 처음 잡은 레이에게 시종일관 밀리지를 않나... 레이가 강해서 그런걸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밀리게되니 너무 약해보인다는 인상을 가지게 되더군요.


뭐 수련을 마쳐야 된다는 식으로 수프림 리더 스노크가 말한걸로 봐서, 다음 편에서는 더 성장해서 돌아오지 않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사실 나쁜 악당은 아닌데, 다스 베이더와 너무 비교가 되다보니 훨씬 더 저평가 되는 것일지도 몰라요.

(그리고 제가 베이더 빠돌이라서 동족혐오하는 걸지도 몰라요.)


++설정에 대한 잡설과 추측

- 이름이 벤인것은 아마 벤 (오비완) 케노비의 이름을 딴 것일 겁니다. 이건 사실 리붓 이전의 확장 세계관에서 루크와 마라의 아들 이름이었는데, 한과 레아의 아들이 이 이름을 대신 가지게 되었네요.  확장 세계관의 잔재가 어느 정도 적용된 느낌이라 나쁘진 않네요.


- 신생 제다이를 배신한 것은 아마 스노크의 유혹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때문에 아나킨처럼 돌이킬 수 없는 강을 의도치않게 건너고,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다스 베이더의 위업 중 일부만을 선택적으로 왜곡하여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다스 베이더의 행보를 잇겠다는 이 말이 복선이 되어, 결국엔 스노크를 배신함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가능성은 아주 농후하다 봅니다.



6. 헉스 장군

윌허프 타킨의 위치를 고스란히 가져온 퍼스트 오더의 지휘관 포지션 악역입니다.

그동안 좀 얼빵하거나 착하거나 둘 다를 하거나 하는 좀 코믹하거나 긍정적인 역할만 맡아왔던 돔놀 글리슨이 이 배역을 맡은지라, 뭔가 사악한 미소를 짓는데 웃기더군요. 찌질한짓을 하면 뭔가 더 찌질해보이고...


좀 몰입을 방해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바웃 타임이랑 프랭크 자꾸 생각나서 미칠뻔


카일로 렌과 퍼스트 오더의 2인자 자리를 두고 투닥거리는 사이인지, 시종일관 서로를 견제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서로의 찌질함은 배가가 되고... 이런 시너지는 또 처음인듯.


그래도 그간의 스타워즈에서는 악역이 전부 강력한 포스센서티브였던지라, 포스하나 없으면서도 카일로 렌한테 대든다던지 하는 모습이 나름 신선하긴 했습니다.


찌질해서 좀 그렇긴 하지만, 찌질해도 되는 포지션인지라 그렇게까지 거슬리지는 않는 악역이었습니다.





7. 수프림 리더 스노크

과거 시리즈의 다스 시디어스(황제)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악역입니다.


거대한 흑막.


얼굴에 깊은 상처가 있는데, 모양을 보아하니 광검에 의한 상처인 것 같더군요. 카일로 렌이 루크를 배신할 쯤에 생긴 상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엄청 거대한 몸집을 가지고 있는걸로 보이는데, 실은 통신용 홀로그램이기 때문에 반대로 엄청 쬐끄만한 캐릭터일 수도 있어요. 아마 인간 정도 크기일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위압감을 주기 위해 영상을 키운것이겠죠. 다스 시디어스는 홀로그램을 통해 모습을 보일 땐, 작은 영상으로 나오거나 상체나 얼굴만 영상으로 나온적이 대부분이라서 반대로 커다란 홀로그램을 보니 뭔가 느낌 색다르더군요.


다스 시디어스는 진짜 완전 마귀 할아방구였는데 스노크는 노출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어떤 악역이 될지 궁금합니다.





8. 한 솔로

우리의 영웅 한 솔로가 신작에도 등장합니다. 그냥 지나가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맹활약!!

엉엉ㅠㅠ 밀레니엄 팔콘호에 이분이 도착하셨을 때 전 또 울고 말았답니다...

츄이와 함께 '집에 돌아왔어'라고 말하는데, 소름이 쫘아아아아악!

우리도 집에 돌아온 기분이었어요ㅠㅠ



돌아오셨군요ㅠㅠ


근데 그 망나니 아들내미가 솔로를 엉엉 우리의 한을 엉엉ㅠㅠ 와 생각하니 너무 밉네ㅠㅠ 아 왜 이번엔 먼저 쏘지를 못한거야ㅠㅠ


어쩐지 후반에 분량이 너무 많아지는게, 이거 한솔로 영환가 싶더라니ㅠㅠ 이제 다시 못보니까 많이 보여준거였어요ㅠㅠㅠㅠㅠㅠ 으아아아앙


포스센시티브인 레아는 한 솔로의 죽음을 직감적으로 알아채곤 넋나간 표청으로 한숨을 쉬는데... 저를 포함한 관객 모두가 그 장면에서 동시에 한숨...ㅠㅠ


휴우...


아쉬운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물론 세대 교체를 위해서는 불가피했다고는 봅니다.


잘가요. 한 솔로. 사랑했어요.


알아임마




9. 퍼스트 오더와 저항군

퍼스트 오더는 은하제국의 잔재에서 부활한 악의 집단입니다.

덕분에 스타 디스트로이어도 볼 수 있고, 스톰 트루퍼도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익숙익숙.


그런데 집단의 이름이 퍼스트 오더라서, 제다이 오더를 떠올리게 만드는 점이 좀 이상합니다. 제 추측으로는 새로 만들려던 제다이 기사단이 카일로와 스노크에 의해 막장이 되면서, 제 1 기사단이라는 명칭을 계승한거라 생각했는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모든 것의 상위인 제 1의 규칙First Order 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또 다른 의문은 그 규모가 좀 짐작이 안갑니다.


은하제국에 잔재에서 부활했다는데, 스타 디스트로이어를 끌고 다니니 꽤 규모가 큰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이전과는 다르게 신 공화국이 공존하다보니, 전 은하를 통치하던 은하제국보다는 확실히 규모가 작다는 얘기인데, 뭔가 얘기가 오가는걸 보면 퍼스트 오더 쪽이 신 공화국에 비해 소규모 반란군 같기도 하구요;

그 신 공화국도 스타킬러에 빔맞고 몇 행성이 궤멸한지라 또 이 밸런스가 어찌 될지는 모르겠어요.


이전에는 주인공과 반란군 빼고 다 적이거나 억압받는 사람들뿐이었던 상황이었던지라, 은하제국의 규모가 굉장히 크고 압도적으로 느껴졌는데, 이번에는 퍼스트 오더도 신 공화국도, 저항군도 각 진영의 규모가 어느정도인지는 영화만 봐서는 잘 모르겠더군요. 퍼스트 오더란 반란 집단이 생겨나서 이거에 대한하는 저항군이 조직된건가...? 이름이 Resistance다보니 거대한 조직에 대항하는 미약한 조직이란 선입견이 있다보니 정말 헷갈리네요.


따로 찾아봐야겠습니다;












 



블로그 이미지

KimMojo

음악, 게임, 문화, 스토리가 있는 모든 것!

,

스팀에서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이하여 '모험 세일'을 진행하고 있네요.

한달 간격으로 벌어지는 세일이라 제 지갑은 정신이 없지만... 

그 와중에 갑자기 패드로 대충 후두려 패는 게임이 하고 싶다는 욕구가 간만에 솟구쳐 아캄 오리진을 하려다

문득 생각이 난 꽤나 최근 게임인 '가운데땅: 모르도르의 그림자'를 구입 및 플레이하게 되었습니다. 


질렀다! 33% 쎼일!


근데


오오


재밌어요.


그래서 아직 플레이 초반이지만 다짜고짜 리뷰!



1. 통쾌한 전투


사놓고 안하는 게임이 너무 많은지라 신중하게 구매하려고 플레이 영상을 봤을 때 느낀 건데


'이거 뭔가 아캄 시티 같은데?'


근데 맞아요. 제작진이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전투가 엄청 쉬워요.

다만, 판타지 배경이고 적군이 막 죽어도 상관없는 오크, 우르크이다 보니 연출이 배트맨 아캄 시티보다는 훨씬 잔인하고 그만큼 통쾌합니다.


사실 호불호가 많이 갈릴 부분입니다.

몇몇 게이머들은 아캄 시티의 자동 버튼액션을 선호하지 않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아캄시티의 전투가 재밌었다? 그러면 생각하지 말고 구매 고고.



2. 얼래? 이거 어쌔신 크리-읍읍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또 하나 느끼는점.


'뭐야 이거 벽타는거 엄청 어쌔신 크리드같네?'


맞습니다. 어쌔신 크리드 제작진이 또 포함되어 있어요. 그래서인지 막 탑도 잘타고 탑에 올라가면 지역이 해금되고 탭에서 신뢰의 도약도 합니다.


약간 잠입액션적인 부분도 있긴 한데, 어쌔신 크리드의 테이스트보다는 아캄시티의 테이스트가 더 나네요.



3. 오크캡틴 메이커


사우론의 군세인 오크들이 모르도르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이중에 짱먹는 애들이 자신만의 군세를 이끌고 다닙니다. 이 짱먹는 애들을 캡틴Captain이라고 하는데, 캡틴은 이름도 있고, 각자 약점, 강점도 다릅니다. 자신의 목적도 다르고요. 랜덤하게 캐릭터가 형성되어있습니다. 성격까지 말이죠.


캡틴은 각기 자신의 군세를 이끌고 군세끼리 알력다툼도 하고, 군세도 불리고, 서로 습격도 하고 그럽니다. 지네끼리 아웅다웅 살아가는데, 플레이어는 이런 알력다툼에 개입하거나 혹은 방해하면서 캡틴의 군세를 크게 만들거나 축소시킵니다. 어줍잖은 오크가 플레이어를 죽이면 바로 캡틴으로 승진한다거나, 캡틴이 플레이어를 죽이면 윗 등급의 빈자리로 승진한다거나 하는 상황도 발생해서 꽤나 재미있습니다.


자기가 상대하기 편한 캡틴을 열심히 키워서 나중에 잡아먹으면 좋은 아이템도 떨구고 그래요.

본격 오크키잡게임.


이런 루팅적인 측면 말고도, 저런 캡틴 사이의 알력다툼이 매번 다른 양상으로 펼쳐지다보니 세계에 꽤나 생동감이 있어 플레이어도 모르도르에 들어온 듯한 몰입감을 느끼게 됩니다.



뭐 아직 플레이 6시간정도밖에 하지 않아서, 초반부에 대한 소감은 이정도 뿐이네요.

근데 제 취향에 너무 잘 맞아서 꾸준히, 끝까지 하게 될듯합니다!!


개인적으론 추천이에요~!!



4. 추천/비추천

  • 추천
  1. 배트맨 아캄 시티를 재미있게 한 사람 (오오 버튼액션 개 편하고 멋있고 재밌음)
  2. 반지의 제왕 세계관을 좋아하는 사람 (오오 모르도르 오오 사우론 오오 골룸)
  3. 키잡에 능통한 사람 (프린세스 메이커.. 어 이건 아닌가?)


  • 비추천
  1. 배트맨 아캄 시티 전투시스템을 싫어하는 사람 (버튼 액션따위 지루해! 쓰레기야!!)
  2. 반지의 제왕 세계관을 싫어하는 사람 (판타지 ㄴㄴ해)
  3. 벽타기 싫어하는 사람 (벽타는거 졸려)


블로그 이미지

KimMojo

음악, 게임, 문화, 스토리가 있는 모든 것!

,

Bioshock Infinte, 바이오쇼크 인피니트 리뷰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에 대한 아주 늦은 리뷰입니다.


게임을 클리어한 것을 전제로 한 글이며, 때문에 스포일러를 아주아주 다량 함유하고 있습니다.


1.1 소개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바이오쇼크 시리즈의 세 번째 타이틀로, 전작보다 더 과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912년 미국 예외주의가 성장하고 있는 시대를 배경으로 전직 형사 주인공 부커 드윗이 공중 부유 도시인 콜롬비아에 12년 전 납치된 여인 엘리자베스를 찾기 위해 떠나게 되며 시작되는 게임은, 전작 못지않은 흥미로운 스토리텔링과 예술이라 칭할 수 있을 정도의 미려한 환경묘사를 플레이어에게 제공한다.

소설에 버금가는 복선설정과 치밀한 스토리텔링은 현 시대 게임 중 최고 수준이라 칭해도 아깝지 않으나,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의 자유도를 다소 제한하고, 게임적 요소인 전투에서 여러 요소들이 다소 따로 노는듯한 인상은 다소 아쉬운 점이다.


 

2.   스토리

바이오쇼크 시리즈는 다른 FPS에 비해 깊은 설정과 충격적인 스토리라인을 제공해왔다. 바이오쇼크 인피니트 또한 이러한 시리즈의 전통을 벗어나지 않는 신선한 스토리라인을 제공한다.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크게 네 가지 요소를 통해 서사를 제시한다.

 

l  컬럼비아: 매력적인 배경세계

l  복소폰: 설정과 서사 사이의 빈틈을 메우는 디테일

l  엘리자베스: 플레이어의 감정선을 뒤흔드는 주요 NPC

l  반전과 암시

 

2.1  컬럼비아: 매력적인 배경세계

전작들이 음습한 해저도시 랩처를 배경으로 했다면, 이번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찬란한 공중도시 컬럼비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컬럼비아는 그 위치만큼이나 랩처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가진 장소로, 누구도 제시해본 적이 없는 독특한 배경임과 동시에 이전 시리즈와의 큰 대비를 통해 신선함을 가져다 주고 있다.

 

2.1.1     시각적 제시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사용되는 가장 일차적인 감각인 시각을 통해 배경을 제시한다.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의 도입부는 바이오쇼크1와 동일한 비 오는 등대를 배경으로 한다. 때문에 유저는 또다시 해저가 배경이 되는 세계일까 살짝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컬럼비아를 향하는 탑승장치에 올라서고 나서 하늘 높이 상승할 때, 유저의 의구심을 싹 엎어버리기에 충분하다. 해저로 잠수하던 전작의 장치와는 달리, 인피니트의 장치는 위로 높이 상승하며, 몰아치는 폭풍우의 습함을 지나 구름위로 올라가 찬란한 빛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보다 더 찬란하고 경이로운 공중도시 컬럼비아를 유저에게 보여준다.

도입부분부터 배경이 완전히 전환되었음을 충격적인 비주얼로 유저에게 전달함으로써 유저의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리고, 전혀 다른 스토리라인이 진행될 것임을 암시한다.

 

2.1.2     모순점의 제시

부커가 도착한 컬럼비아는 하늘을 떠 다니는 건물들이 서로 도킹을 하고, 햇빛이 찬란하게 비추고, 말끔하게 차려 입은 백인들이 노니는 천국과도 같은 인상을 준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이상한 모습이 발견되기 시작하면서, 유저는 컬럼비아가 겉모습은 천국이지만, 뒤로는 랩처와 같은 모순적인 공간이란 낌새를 챈다.

신격화 되어있는 미국의 건국공신들과, 극단적인 흑인 혐오, 이러한 흑인을 노예에서 해방시킨 링컨은 악마로 선전되고, 링컨을 암살한 존 부스는 머리 뒤에서 후광이 나타나는 성인으로 격상되어 숭배되는 등 아름다운 컬럼비아의 이면은 극렬한 국수주의와 인종혐오로 점철되어있었다.

앞서 말한 소재뿐만 아니라, 콤롬비아의 곳곳은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유저들은 컬럼비아 내에서 사건에 휘말리며 이러한 모순점이 어떻게 발생하게 되었는지를 뒤쫓게 되고, 점차로 더 깊은 설정과 내막을 알아가게 된다.

 

2.2  복소폰: 설정과 서사 사이의 빈틈을 메우는 디테일

게임 상에서 등장하는 수집 아이템인 복소폰은 게임적으로는 비록 부차적인 요소에 불과하다. 하지만 컬럼비아의 깊고 복잡한 배경설정과 정신 없이 뛰어다니며 활약하는 부커에게 일어나는 서사적 사건들 사이의 간극을 메워주는 디테일 역할을 한다.

게임 상 인물들의 녹음 기록물인 복소폰은 핵심 인물들은 물론, 스쳐 지나가거나 게임 상에서 한번도 마주칠 수 없는 인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복소폰을 통해 접하는 녹음 기록은 과거의 사건에 대한 개개인의 감흥과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을 상술함으로써 일부 캐릭터의 성격을 간접적으로 제시하는 한편, 게임의 설정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고 있다.

 

 

2.3  엘리자베스: 감정선의 핵심

물론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배경설정만을 추적하는 게임은 아니다. 게임은 엘리자베스라는 유저의 감정선을 뒤흔드는 핵심적인 핵심적인 캐릭터를 등장시켜 이성적인 배경에 감성을 부여한다.

 

2.3.1     감정의 촉발: 관음증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플레이어의 감정 이입을 이끌어내기 위해 모든 현대인들이 가진, 그리고 게임 익히 즐겨왔던 유저에게 매우 익숙한 성적 본능인 관음증 이용하고 있다.

 

초반 컬럼비아에 대한 파악이 끝나면 만나게 되는 그녀는, 컬럼비아의 거대한 석상 속에 갇혀있다. 플레이어는 그녀의 방에서는 거울이나 벽면으로 보이지만, 다른 쪽에서는 그녀를 관찰 가능한 특수한 창을 통해 그녀를 처음 만나게 된다. 비록 갇혀있는 신세지만, 천진난만하게 춤을 추고, 책을 읽으며 꿈을 꾸는 그녀의 모습에 플레이어는 사랑스러움을 느낀다. 더불어 그녀의 놀라운 능력인 시공간을 찢는 능력인 티어를 보여주면서 그녀가 평범하지 않음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은 전부 플레이어만 관찰할 수 있는 은밀한 상황이기에 관음증과 유사한 감정을 플레이어에게 심어준다.

 

사실 게이머에게 있어 이러한 관찰자적(혹은 관음증적) 구도는 매우 익숙한 것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 자체부터가 관찰자가 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연극이나, 영화, 만화, 소설 등 다른 서사물 또한 매체 내의 캐릭터들이 관객 혹은 독자를 인지하지 못하는 구조( 4의 벽) 때문에 이러한 관음증적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매체를 접하는 플레이어가 가상의 세계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해줌으로 인해, 플레이어 자신을 전이시킬 수 있는 아바타를 제공하는 게임의 경우 이 관음증에 대한 감정이입은 앞서 언급한 매체를 상회한다 단언할 수 있다.

 

많은 게임에서 나타나는 관음증의 구조는 아래와 같다


플레이어 à 모니터(가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 à 플레이어의 아바타(감정이입 대상)

 

위에서 언급한 장면에서의 관음증의 구조는 아래처럼 되어있다.


플레이어 à 모니터(가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 à 부커(플레이어의 감정이입 대상)
à 이중거울(관찰자와 피관찰자 사이의 경계) à 엘리자베스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기존 게임이 보여주는 관음증의 구조에 하위 한 단계를 더 복제한 구조로 나타내고 있다. , 플레이어의 본능과 감정상태를 아바타의 행위로 보여줌으로써 감정이입을 유도하는 한편, 작은 위화감을 느끼게 만들어 플레이어의 감정선에 빈틈을 만든다.

나아가 이러한 빈틈은 이어지는 서사에 녹아든 메시지를 플레이어에게 더욱 더 효과적으로 각인하는 효과를 갖는다.

 

 

2.3.2     감정의 증폭

이후 플레이어의 활약으로 그녀를 구출해, 바깥 세상을 보여주었을 때 그녀의 반응은 놀랍도록 사랑스럽기에 촉발되었던 감정은 점차로 증폭된다. 그리고 그런 사랑스러움뿐만 아니라, 분노, 슬픔, 절망, 그리고 그녀의 강인함을 계속 관찰하면서 그녀에 대한 감정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고, 플레이어로 하여금 그녀에게 더 큰 애착을 갖도록 만든다.

 

그녀는 플레이어의 아바타인 부커를 졸졸 쫓아다니며, 많은 것에 호기심을 갖고 반응한다. 오랜 기간 갇혀있어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공중도시 컬럼비아에 경탄하고, 흥겨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더러운 화장실의 냄새에 얼굴을 찌푸리고, 때론 부커에게 말을 걸고, 불쌍한 아이를 측은히 여겨 먹을 것을 주고, 노래를 불러준다. 그녀가 표출하는 다채로운 감정은 플레이어의 감정 또한 공명시키며, 이는 엘리자베스를 가상의 것이 아닌, 살아있는 것으로 느끼게 만들어 더욱 큰 감정이입을 유도한다.

 

서사적인 완성도가 매우 높은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에서 게임적인 부분인 전투에서도, 그녀의 활약은 이어진다. 총탄이 빗발치고 주변의 모든 것들이 부커에게 살의를 표출하며 다가올 때, ‘티어라는 능력을 통해 엄폐할 벽을 만들고, 도망칠 스카이-라인을 만들고, 위급한 상처를 치료하게 해주고, 전황을 바꿀 강력한 무기까지 제공한다. 그녀의 특별한 능력을 거치지 않고서도, 플레이어의 탄환이 바닥을 보인다거나, 비거를 사용하기 위한 소금이 바닥났을 때, 어김없이 그녀는 부커/플레이어에게 탄환을 던져주고, 소금 회복제를 던져준다. 위기의 순간에 느끼는 플레이어의 갈급함을 해결해주고, 플레이어를 보살펴주는 그녀에게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허나 아쉬운 것은 전투가 이루어지는 동안 플레이어가 느끼는 감정을 보호본능으로써 나타낼 수 없다는 점이다. 엘리자베스는 전투에서 결코 죽지 않는다. 모든 적대적NPC들은 엘리자베스를 적대적으로 대하기는커녕 마치 없는 사람 취급하며, 빗나간 총탄이 그녀를 맞춘다거나 하는 상황도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때문에 플레이어는 전투 상황에서 그녀의 보호를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다.)

 

이 시점에서 플레이어는 그녀를 이성으로 느낀다. 게임 내 스토리의 전개는 부커와 그녀를 이어주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플레이어가 그녀의 사랑스러움과 풍부한 감정에 푹 빠지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2.4  반전과 암시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문학에서 사용되는 복선과 암시, 그리고 반전을 이용해 게임 이상의 서사를 플레이어에게 전달한다.

 

2.4.1     반전과 모순, 그리고 감정의 붕괴

게임 내 이야기가 절정에 다다르면서 밝혀지는 진실과 드러나는 반전은 너무도 충격적이다.

 

엘리자베스는 플레이어의 아바타, 부커의 친딸이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되는 플레이어는 진실 자체에 충격을 받을 만 아니라, 그동안 그녀를 향해 쌓아왔던 이성으로서의 감정이 무너지며 혼란을 느낀다.

더불어 이 사실은 컬럼비아의 모든 모순의 근원이었던 컴스탁부커라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에, 충격은 더욱 가중된다. 심지어 부커는 컴스탁을 익사시켰다.

 

상황을 정리해보면, 플레이어는 친딸인 엘리자베스에 연정을 품은데다, 이 모든 재앙의 근원이 자기 자신이었음은 물론, 종국엔 자기 자신을 살해한 사람이 된다.

 

플레이어는 이를 이해하는 순간, 큰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감정 또한 붕괴되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붕괴된 감정은 이어지는 충격적인 결말을 플레이어로 하여금 이성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장치로 작용한다.

 

플레이어의 아바타이자 주인공인 부커 드윗은, 자신이 재커리 컴스탁으로 변모하게 되는 가능성의 분기점인 침례의식 장소에서 수많은 가능성의 엘리자베스에 의해 익사 당한다.

 

2.4.2     작은 복선과 암시들

과연 이러한 충격적인 결과는 뜬금없는 것이었을까? 아니다.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게임 곳곳에서 이에 대한 복선을 수도 없이 깔아두었다.

 

여러 요소에 대한 다양한 복선이 있지만, 예시 삼아 부커의 죽음에 대한 복선을 소개하겠다.

 

l  부커의 손등에 적혀있는 AD

Ø  Anna DeWitt의 약자라고도 볼 수 있지만, 우리가 익히 사용하는 기년법(紀年法)인 기원후Anno Domini와 약자가 같다.

Ø  Anno Domini()의 해()라는 뜻으로, 그리스도가 태어난 해를 뜻하는데, 서력은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준으로 연도를 구분하고 있다.

Ø  세계의 역사가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준으로 나뉘듯, 부커의 인생이 안나(엘리자베스)의 납치를 기준으로 뚜렷이 구분되고, 컬럼비아에서 엘리자베스의 위치가 그리스도와 같은 신의 자녀임을 생각할 때 AD라는 상처는 엘리자베스를 만나기 전부터 부커와 엘리자베스의 관계를 암시한다.

Ø  역설적이게도 Anno Domini는 구세주의 탄생년을 의미하기에 성스러운 심상을 가지고 있는 반면, 부커 손등의 AD는 그가 거짓 선지자임을 의미하기에 악한 심상을 가진다.

 

l  부커의 다른 가능성인 컴스탁이 부커에 의해 접시 물에 익사

Ø  부커 또한 엔딩에서 익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l  엘리자베스의 녹음 기록 중 말구유에서 익사하다Smothered in the crib”를 엔딩을 본 뒤에 다시 보게 되면 의미심장하다.

Ø  엘리자베스가 부커를 익사시키는 엔딩의 마지막 장면에서 수많은 가능성의 엘리자베스는 “Smother”라고 웅성거린다.

Ø  게다가 녹음이 기록된 날짜가 적혀있지 않다. 이는 복소폰이 녹음된 시점이 게임이 종료된 이후일 수도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Ø  Smother라는 단어는 사전적으로 익사하다라는 의미이지만, ‘(지나친 애정/과보호 등으로) 숨 막히게 하다라는 뜻 또한 가지고 있다. 엘리자베스의 감금과 엘리자베스를 되찾으려는 부커의 집착, 그리고 플레이어로서의 부커가 엘리자베스에게 가졌던 터부시되는 감정 등 엘리자베스를 둘러싼 모든 사건들의 근원이 지나친 애정과 과보호임을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Ø  아래는 원문:
내가 한 일을 되돌릴 수는 없다. 내가 시작한 일을 멈출 능력이 내겐 없다. 하지만 이 일이 애초에 일어나지 못하게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는 내 첫 번째 희망이었고, 지금마지막 희망이 되었다.”

블로그 이미지

KimMojo

음악, 게임, 문화, 스토리가 있는 모든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