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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Facebook 2013/05/06


퇴근하고 집에 와보니 20년된 피아노가 사라졌다.

쓰지도 않고 관리에는 돈만 드니 어머니가 중고시장에 처분하신것 같다.
엄마는 매일같이 피아노 파는 글 인터넷에 올리라고 말하셨지만, 괜시리 섭섭한 마음에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엄마가 팔을 걷어붙이셨나보다.
난 치지도 않았고 피아노를 칠줄도 몰랐지만 저렇게 사라져버리니 역시나 마음이 허전하다.
쓰진 않지만 많은 기억들이 녹아있는 건데.
어렸을 적 바이올린을 켤 때 반주해주던 그 피아노였고, 부모님이 챔버 연습을 하실때 함께 합주하던 피아노였다.
누군가 계속 만져주며 혼을 불어넣던 악기였는데. 늦게라도 피아노를 배울걸 그랬다. 좀 쳐주었다면 이렇게 가버리지 않았을텐데. 
요즘 이렇게 오래된 추억이 뭉텅뭉텅 떨어져나간다. 어쩌면 형이 떠나가는 시원섭섭한 경험에, 조금 힘들고 낯설어진 김에, 어머니 기준에 비실용적인 애물단지들을 처분하시는게 아닌가 싶다.

좀 더 홀가분해질까 하고 말이다.

덕분에 엄마 말고도 다른 추억을 듬뿍 담아두고 있던 사람들은 엄마의 방식에 조금은 섭섭해하고있다.

나도 그렇지만 아줌마도 그런것같다.

우리집엔 내가 3개월난 갓난아기일때부터 날 돌봐주시던 아주머니가 계신다. 아직까지도. 그런데 형이 결혼하 나가면서 아주머니가 드디어 은퇴를 하신단다.

근데 어째 피아노가 사라지니 아줌마도 울적한가보다. 자기 입으로 나간다 엄포를 놓긴 했지만, 20년을 본 물건이 덜컥 사라지는것만 봐도 이리 맘이 허전하고 서늘해지는데, 25년을 본 사람들을 덜컥 내려놓는건 어떨지 미리부터 느낀 것이리라.

어쩐지 티비볼때 계속 옆에 있으려구하시더라니 끙.

난 어떨까. 다 떠나버리면. 막 술먹고 울겠지?

짠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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