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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주 경험하는 것이 있다.


1. 과정이 경시되고, 피상만으로 서로가 소통한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내 들통 날 정도로 어줍잖게 속내를 감추고, 상대를 기만한다.

더 우스운 점은 이를 받아들이는 상대도 들여다볼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상대의 피상적인 행동을 전부로 받아들인다.


2. 감정적으로 행동하면서, 감정을 표현할 줄 모른다.

아무리 이성과 감정이 대비되는 것이라지만, 감정 또한 이성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사람은 동물과는 달리, 그 감정의 원인 혹은 표출한 이유에 충분히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감정에 휘둘리더라도 이에 의미를 담고, 경중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 유일하다. 이는 인간의 감정을 그저 동물적인 반응에 불과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과정이 경시되는 현 세태에 자신의 감정을 깊이 생각하는 행위‘따위’는 비효율에 불과하다.

이런 겉껍데기에 불과한 감정들은 곳곳에서 솟구치건만, 깊은 생각이 없어 해소되지 못하고 그저 쌓이고 다른 사람의 악감정을 촉발하기만 한다.


3. 깊은 생각은 점점 비효율로 치부된다. 

사람들은 생각하거나 이해하지 않고, 검색한다.

심지어 이마저도, 요즘에 들어서는 생각하는 사람이 부족해 몇몇의 생각이 돌고돌고 짬뽕되어 돌아다닌다.

대학교에서의 과제의 일환으로, 텍스트마이닝 데이터를 수집할 때 영화 리뷰를 그 대상으로 한 적이 있었다. 여기서 내가 느꼈던 굉장히 우습고도 신기하고도 부끄러웠던 사실은, 다른 리뷰와 비교해 고유성을 가지는 리뷰의 수가 한자리 수를 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 중에서도 다른 사람의 리뷰를 제 것인 양 뻔뻔히 붙여 넣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써 넣은 것들도 허다했다. 다행히도 덧붙여 작성된 분량이 붙여 넣은 것보다 더 양이 많았기 망정이지, 이것도 제외했다면 고유하다고 볼 수 있는 리뷰는 한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자신이 충분히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것마저 검색해 베끼고 앉아있다는 것이다.


4. 이런 면에서 ‘빅데이터’도 참 우습다.

실제로 창조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소수이고, 고유한 누군가의 것을 모방하기만 하는 수억의  다수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다수를 선택해봤자 눈만 돌리면 찾을 수 있는 ‘창조적인 사람의 행동’을 수 억 배로 뻥튀기한 것에 불과하다.

창조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과거에 없던 것을 만들어낸다. 통계는 이미 지난 것을 모두 끌어 모은 ‘과거의 평균값’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금 이 세상은 창조물을 통계가 판단한다. 지금까지 직선으로 걸어왔다고 사선으로 걷는 행위를 막는다. 창조는 다음 발자국을 예측할 수 없는 불규칙적인 것인데 말이다.

이런 걸 두고 비효율이라 해야 한다.

내 생각에 현재 ‘빅데이터’의 성공비결은 누군가가 창조적인 생각을 한 뒤, 멍청한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끝없이 가공하여 납득시킨 상황이 연이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통계 결과는 그저 소재에 불과하다. 이를 엮는 건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5. 쓸데없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단언컨대, 쓸데없는 경험은 없다.

난 거의 십 여 년 동안 게임을 해왔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게임을 한 것을 쓸데없는 경험이라 말하곤 한다.

난 게임계에서 일한다. 그것들은 결코 쓸데없는 경험이 아니었다. 혹시 내가 게임계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게임에서 얻은 경험과, 이에 대한 호의적인 시선은 대학 수시 면접 때도, 학교의 과제에서도, 게임과 전혀 상관없는 회사의 면접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되었다.

쓸데없는 경험은 없다.

경험의 주체가 이를 쓸데없다고 판단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너무 자의식이 과잉된(=자뻑한=중2병) 글 같다. 따라서 태그는 오늘의 개소리.

하지만 이렇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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