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 림 Pacific Rim 영화 리뷰


지난 주 토요일, 심야영화/아이맥스3D로 퍼시픽 림을 보고 왔습니다.


제가 완전 빨아대는 감독인 길예르모 델 토로에, 괴수+거대로봇물이라니 이건 뭐 까고싶어도 차고 넘치는 애정에 깔 수가 없는 그런 영화더군요.


하지만 페북 곳곳에 보이는 재미없다... 다른 반응에 발끈해 리뷰를 써 봅니다.


근데 어째 까는 글이 될 것 같은 느낌.


스포일러 넘쳐납니다. 주의하세요.

근데, 솔직히 알고 봐도 상관 없어요.


1. 생명공학 vs 기계공학

소재는 앞서 말했듯,


괴수 VS 거대 로봇


입니다.


엄청 간단한 소재입니다만, 헐리웃에서 저 둘을 동시에 소화해낸 경우는 없었죠.


인간이나 동물처럼 피와 살과 뼈를 가진 최강의 생명체인 괴수 카이쥬와

연료와 강철과 엔진으로 이루어진 최강의 기계인 거대 로봇 예거의 대결.


쉽게 생각할 수 있고, 그만큼 특촬물과 애니메이션에서 수도 없이 보던 소재이지만,


살덩이와 쇳덩이가 핏덩이와 기계파편을 흩뿌리며 치고받는 묵직한 육탄전은 경이로움을 넘어서 왠지 모를 공포감을 느낄 정도입니다.


정반대의 성질의 물질이 뒤섞이며 느껴지는 이질적인 심상도 신선했습니다.

더불어 처맞는 쪽이 생명체란 점에서, 괴수와 동일한 '생명체'인 관객은 괴수가 느낄 데미지를 몹시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었고, 이는 통쾌함과 불쾌함이 뒤섞인 감정을 유발하더군요.



2. 이것은 '광기의 산맥'을 위한 초석?

시가전도 제법 등장하지만, 제목이 '퍼시픽 림'인 것 답게 중요한 전투와 사건들은 바다 한가운데, 그것도 어두운 밤에 일어납니다. 거기도 모자라 심해까지 등장합니다.


덕분에 휑한 배경이 됩니다만...


태평양에 어마무지하게 거대한 괴수와 거인(로봇)이 서있는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어째 코스믹 호러가 떠오릅니다.


다행히도 우리는 통통배 대신 거대로봇 예거가 있긴 합니다만...


영화를 보는 내내 델 토로 감독이 아직 크툴루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것 같다는 인상이 들었죠.



3. 곳곳에 산재한 오마쥬

주인공 기체인 집시 데인저는 브레스트 파이어, 로켓(추진)펀치, 샤이닝 핑거를 씁니다. 게다가 용자라면 반드시 들어야 하는 검까지!!! 오예


어린 마코의 기억에 등장한, 일본을 습격한 카이쥬 오니바바는...



아무리 봐도 발탄성인.



우긴다고 말해도 할말은 없습니다만... 그런 인상을 받았어요. 이거 느낀 사람 나만 있는 것도 아니라구!!


시나리오의 절정에 다다라서 느껴지는 필사적임과 열혈은, 로봇애니메이션의 마지막 2화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26화 애니메이션을 예로 들자면,


25화에서 악당의 총 공세에 동료들의 줄초상이 첨가된 열혈넘치는 전투 끝에 마지막 기회를 얻은 주인공은


26화에서 죽은 줄 알았던 최종보스와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희생에 가까운 노력을 통해 간신히 지구를 지켜낸다!


와 같은 모든 용자물 애니메이션의 최종화 시나리오를 답습하고 있었드랬죠.


진짜 영화보면서 선가드, k캅스, 가오가이거 다 생각나서 눈물날뻔.



4. 캐릭터

이것도 오마쥬 투성이입니다만, 사실 가장 말이 많은 부분인 것 같아 따로 떼어 설명합니다.


일본인 여주인공은 서구에서 바라보는 일본인 여성에 대한 퐌타지가 집약된 캐릭터를 보여줍니다.

자신의 뜻이 있고 유능하지만 지나치게 순종적인 탓에 이를 펼지지 못하는 히로인.


뭐 이런 캐릭 일본애니메이션 보면서 한둘이었습니까. 델 토로 감독 못된것만 배워와서는 쯪. 이런 구시대적 요소마저 영화에서 캐릭터로 만들어버립니다.

덕분에 수많은 애니의 수많은 여주가 생각난 건 당연히 델토로 감독님의 의도겠죠?ㅠ


거기에 실력있고 잘생기고 최신예 기체를 타서 기세등등한 재수없는 라이벌도 등장하고,


왕년에 잘 나갔던 파일럿이지만 부상으로 물러난 열혈 지휘관까지...


뭔가 각국의 이미지를 아주 고정관념 넘치게 묘사한 캐릭터도 나옵니다. 이는 사실 일본 만화의 특기죠.


중국의 포풍 인구와 야오밍을 상징하는듯한 중국인 세쌍둥이 파일럿과

섹시한 여성과 무시무시한 떡대남으로 구성된 러시아인 파일럿...한국사람만 러시아하면 무희와 효도르를 떠올리는 게 아니었어요.


오마쥬도 이쯤되면 중증입니다.


더불어 '나비넥타이를 맨' 박사 캐릭터에 약간 미국적인 오리지널리티라고 할 수 있는 NERD 캐릭터.


그리고


영웅 미국인 ㅇㅇ.


이렇게 캐릭터의 외적 특징만을 강조한 탓에, 캐릭터는 그저 자기가 만들어진 목적만을 따라 경주마처럼 이야기를 아주 직설적으로 진행시키고, 너무 단순한 탓에 납득이 가지 않는 감정선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근데 우린 알잖아요.

영웅에겐 조건 없이 미녀가 붙어야 하고,

아버지는 딸을 영웅에게 넘겨야 하고,

잘난척하는 라이벌은 수정펀치도 맞아야되고 최종 결전에서 희생해야된다는 것을...


이런 당연한 전개가 나올때마다 속으로 환호성친거 다 알아요 이양반들아.




5. 코드

제가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영화의 중요 코드는


로봇+괴수오타쿠를 위한 헌정...이 아니라... 아니 그것도 맞지만


'상실'


이었어요.


주인공 롤리 배켓은 영화 초반, 카이쥬의 습격에 형을 잃습니다. 더불어 드리프트로 정신이 이어진 탓에 형이 죽을 때의 무력감과 공포마저 느끼며 아주 큰 상실감을 얻게 되죠.


여주인공 마코는 카이쥬의 습격 부모를 상실하고, 이를 큰 트라우마로 갖습니다.

이 트라우마를 이겨내는데 도움을 주고 그녀를 키워준 펜터코스트마저 최종결전에서 잃고 맙니다.


아버지 한센은 눈앞에서 최종 임무를 수행하러 떠나는 아들 한센을 보며 가슴 아파합니다.

아버지 한센은 부상 때문에 아들과 함께 예거에 탈 수 없었고, 아버지 한센을 대신해 펜터코스트가 함께 예거에 탑니다만... 문제는 펜터코스트는 다시 예거를 타는 것 자체가 자살행위일 정도로 몸이 망가져있었죠.

이를 알고 있는 아버지 한센은 눈앞에서 아들을 떠나보내야만 했습니다. 몰랐을 수도 있겠지만, 이 임무가 Suicide Mission임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죠.

고작 팔을 못쓰는 부상 때문에, 아들을 상실해야 하는 아버지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이쯤되니 예거를 두명 이상의 인원이 기동해야한다는 설정은, 둘 중 한명의 상실을 암시하는 의도적인 장치로마저 느껴지더군요.


아주 뻔하디 뻔한 요소이지만, 털난 남정네들에게 상실만큼 큰 아픔을 가져오는 상황이란 드뭅니다.

굉장히 이입하게되더군요.



6. 음악

음악마저...

그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음악이었습니다.


무척이나 단순한 동기를 수십수백번 반복하는 단순한 음악이었지만,

그 멜로디는 어릴적 보던 미국발 TV애니메이션의 주제가와 몹시도 유사하더군요.




아래 영상은 80년대 미국 애니메이션의 오프닝 시퀀스를 모아놓은 영상입니다.

이들 역시 대부분 쉬운 멜로디를 수십회 반복하는 형식을 띠고 있죠.

특히 4:00쯤 나오는 Adventure of the galaxy rangers의 멜로디는 퍼시픽림의 메인테마와 정말 유사합니다.




이런식으로 사운드트랙마저 이 시절의 정취를 끌어올리는데 주력하는 모습에, 전 할말을 잃었습니다.



7. 색감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영화 내내 그만의 독특한 톤을 유지시키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대개 습하고 칙칙한 톤입니다만, 메인 테마로 잡은 색깔은 끝까지 유지시키죠.


판의 미로는 짙은 녹색과 고동색, 블레이드2는 습한 회색, 헬보이 1편은 습한 붉은색과 습한 푸른색, 헬보이 2편은 습한 붉은색과 금색.


퍼시픽림도 빼놓지 않고 이 특징을 이어갔습니다.


퍼시픽림은 검은색에 가까운 파란색과 밝은 파랑이 주를 이루더군요. 헬보이의 에이브 사피엔스가 떠오르는 색감이었습니다.




엄청난 주저리주저리였습니다.


정리도 안되네요.


어렸을 때 로봇 애니, 울트라맨, 특촬물, 괴수물 좀 봤다 싶으면 꼭 보세요.


전 저 위에 나열한 것 로봇 애니 빼고는 안봤지만, 길예르모의 격한 빠더릐라서 봤습니다.


봐요꼭! 놓치면 아까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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